미슐랭 부럽지 않은 거리 한복판의 식탁
홍콩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주한 건 화려한 고층 빌딩이 아닌, 좁은 골목마다 늘어선 길거리 음식점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배를 채우는 용도로 찾았지만, 곧 그것이 이 도시의 문화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홍콩의 스트리트푸드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연결된 정체성이자 일상의 일부였습니다. 처음엔 사진이 잘 찍히는 에그타르트나 딤섬에만 눈이 갔지만, 주변 테이블을 관찰하고 현지인이 줄 서 있는 곳을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카레어묵’, ‘시우마이(燒賣)’, ‘철판 누들’ 등은 메뉴판에 영어가 없더라도 현지인들이 반복적으로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습니다.
지역별 길거리 음식 포인트, 단골이 모이는 곳이 다릅니다
1. 몽콕 야시장 골목의 현지 젊은이들이 찾는 매콤한 간식거리
몽콕(Mong Kok) 지역은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10대와 20대 청년층이 자주 찾는 활기찬 상권입니다. 이곳의 길거리 주된 음식은 강한 양념의 간식류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이 지역은 저녁 7시 이후에 특히 붐볐으며, 대부분의 손님은 인근 학원이나 가게에서 퇴근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이 당연할 정도였고,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함께 스탠딩 테이블에 기대어 빠르게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음식 종류도 활기차고,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다양한 메뉴를 시도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몽콕 야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음식은 단연코 '커리 피쉬볼(Curry Fish Balls)'입니다. 1인분 기준 68개의 피쉬볼이 꼬치에 꽂혀 있으며, 가격은 약 '10~15 HKD' 한화로 '1,700~2,600원입니다. 저는 매콤한 커리 향이 진한 곳을 골라 구매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탱글한 식감과 진한 향신료 맛이 혀를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한국의 어묵과는 전혀 다른, 홍콩만의 거리 감성이 살아 있는 맛이었습니다. 그 옆으로는 늘 줄이 긴 '에그 와플(Egg Waffle, 또는 Gai Daan Jai)' 가게가 있었습니다. 가격은 보통 '20~25 HKD' 한화로 3,5004,400원 정도이며, 클래식 플레인 맛 외에도 초콜릿, 치즈, 블랙 세서미 등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바삭하면서도 속은 폭신한 클래식 와플을 선택했는데, 막 구운 와플의 따뜻한 온기와 은은한 달콤함이 몽콕 거리의 소음과 열기 속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식은 '치킨 윙 꼬치(Grilled Chicken Wings)'입니다. 숯불에 구운 치킨 윙은 1개에 '10 HKD' 한화로 1,700원 정도로, 간장이나 매운 양념을 고를 수 있습니다. 제가 주문했던 간장 베이스 치킨 윙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해, 길거리 한쪽에 서서 먹는 것조차도 미식 체험처럼 느껴졌습니다.
2. 침사추이 뒷골목에서 만난 중장년 단골이 즐기는 전통 간식
홍콩식 찹쌀떡인 ‘누이 마이치(糯米糍)’는 부드럽고 쫀득한 찹쌀 반죽 안에 고소한 땅콩가루와 설탕, 코코넛가루가 들어 있습니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이 간식을 따뜻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며,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잘 어우러져 커피나 차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간식이 됩니다. 가격은 약 8 HKD로 한화 약 1,400원 정도입니다. 에그 퍼프는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이 특징인 홍콩 전통 간식입니다. 작은 알갱이처럼 볼록볼록 튀어나온 모양이 특징이며, 계란과 바닐라 향이 풍부합니다. 특히 중장년층이 길거리에서 간편하게 즐기기 좋은 간식으로,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음식입니다. 가격은 약 15 HKD로 한화 약 2,600원입니다. 흑임자 두부푸딩(黑芝麻豆花)은 고운 검은깨가 듬뿍 들어간 부드러운 두부 푸딩입니다. 단맛이 강하지 않지만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지며, 중장년층이 건강을 생각해 자주 선택하는 간식입니다. 이 간식은 특히 소화가 잘 되고, 기름지지 않아 가벼운 식사 대용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가격은 약 12 HKD 한화로 약 2,100원입니다.
3. 셩완의 로컬 마켓 근처에 붐비는 아침형 단골들
차완 수육은 홍콩의 대표적인 돼지고기 바비큐 요리로,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이 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셩완의 로컬 마켓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음식은 고기가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으며, 양념이 적당히 스며든 돼지고기는 간단하면서도 깊은 맛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밥과 함께 먹기도 하지만, 간식으로도 안성맞춤 선택입니다. 가격은 약 25 HKD로 한화로 4,400원 정도입니다. 셩완 근처 소호 지역에서는 다양한 빙수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특히,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밀크 티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 스타일의 빙수입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여름철에 특히 인기를 끌며, 고소한 맛의 얼음과 부드러운 우유맛이 잘 어우러져 더위 속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격은 약 15 HKD로 한화 약 2,600원입니다. 광동식 찐빵은 셩완 로컬 마켓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간식입니다. 찐빵은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새우, 또는 채소를 속에 넣어 만든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간식입니다. 찐빵의 특징은 부드럽고 쫄깃한 빵 속에 담긴 풍부한 속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따뜻하게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가격도 약 10 HKD로 한화 약 1,700원으로 매우 합리적이어서 간단한 간식으로 인기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에도 매너와 규칙이 있습니다
홍콩의 길거리 음식점은 테이블 회전율이 높습니다. 음식을 받은 후 가급적 빠르게 식사하고, 자리를 다음 사람에게 내주는 것이 암묵적인 룰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여유롭게 먹고 싶었지만, 뒤에 기다리는 현지인을 보며 자연스럽게 템포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더욱 생생한 로컬의 리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콩은 의외로 길거리 음식에 있어 위생에 민감합니다. 쓰레기통이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으며, 음식이 남았을 경우 봉지에 잘 묶어서 버리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실수로 음식 포장재를 바닥에 두려다 주인에게 정중히 지적받은 후,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계산도 간단해서 옥토퍼스 카드를 기계에 툭 찍으면 끝났고, 복잡한 환전이나 카드 수수료 걱정도 없어서 정말 편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곳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이었습니다. 피곤한 하루를 마친 직장인, 방과 후 간식을 사러 나온 고등학생, 관광지에서 벗어나 진짜 홍콩을 찾는 여행자까지 모두 같은 공간에서 국물을 불며 먹는 그 분위기가 홍콩이라는 도시의 ‘살아있는 감각’을 느끼게 했습니다. 미리 조사하고 지도에 표시한 맛집도 좋지만, 홍콩에서는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길거리 음식이야말로 가장 생생한 기억으로 남으며, 관광객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현지인의 감각으로 도시를 느끼는 그 경험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여행의 기억은 맛으로 남고, 그 맛은 그 순간의 분위기까지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